면접 비슷한 거 보고 심란한 마음으로 집에서 누워있는데, 다음날 오라는 연락이 왔다.
알겠다고는 했는데 출근 스케쥴 개에바다.
5시에 집을 나서서 1시간 걸고, 1시간 남짓 통근버스 타기.
새벽 1시간 걷기.
생각보다 괜찮았다. 첫 날이라 그런가?
비가 내려서 관절이 시큰하고 신발이 조금 젖긴 했지만 최악까진 아니었다.
몰랐는데 이렇게 이른 시간에, 그것도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데도 거리에는 걷기 운동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덩달아 나도 생산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도 그냥 걷기만 하면 시간 아까워서 스페인어 팟캐스트를 들으며 갔다.
통근버스 안.
다양한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얼굴이 큰 사람. 작은 사람. 하얀 사람. 까만 사람. 긴 머리. 짧은 머리.
한 사람 탈 때마다 풍기는 냄새도 각각이었다. 화장품 냄새. 홍삼 캔디 냄새. 담배 냄새.
차멀미가 있는 나로서는 문도 없는 공간 속에 가지각색의 냄새들을 맡고 있으니 속이 더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팠다.
아, 버스는 온다는 시간보다 일찍 나가서 기다리라길래 빨리 나왔는제 30분 일찍 도착했다. 근데 버스가 늦게 왔다.
공장 인력 담당자가 버스 탔냐고 전화했다. 버스가 안왔다고 말하고 있는데 거짓말같이 버스가 왔다. 노오란 버스가.
버스기사는 겁나 젊었다. 내가 첫 승객이었다.
난 맨 앞자리에 앉아 챙겨간 책을 읽으며 갔다.
버스기사랑 다른 승객(근로자)의 대화가 들렸다.
너 어제 안 탔더라? 탔는데요. 그젠가? 아침에 일어나는데 죽고 싶었어. 왜 안 죽었어요?
염병.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길래 따라 내렸더니 기다리고 있다던 담당자가 없다. 전화했더니 거기서 내리는 거 아니란다.
급하게 떠나가려는 버스 잡아서 다시 탔다. 버스기사가 뭐 이런 바보가 다 있지 라는 눈으로 본 것 같은데, 안 놓쳐서 다행쓰발.
사무실.
뭐여. 7시에 왔는데 8시부터 교육 시작한댄다. 아마도 근로 관련.
공장 간다고 했을때, 엄마랑 친구들이 난색을 표했었다. 직접 와보니 확실히.. 지금까지 봐왔던 면접이나 회사 사람들이랑은 다르긴 하다.
통근 버스에서는 그래도 여성 근로자가 30~40%은 되어보였는데, 신참(?)은 90% 남자다.
다른 건 다 노상관인데 비흡연자로서 담배냄새 괴롭다.
친구가 가면 화장실은 꼭 확인보라는 말이 생각났다. 화장실이 공장 안에는 없는건가. 암튼 갔는데 이게 화장실인지 창고인지.
문은 또 간이식이라 방음이 1도 안될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남녀는 구분되어 있다는거..?
아~~~~ 적어도 위생적인 화장실이 달린 곳에서 일하고 싶다.
근로계약소, 근로서약서, 연장근로동의서 적는데 하나 눈에 들어왔다. 이중취업 금지. 오~ 나 이래뵈도 사업자등록한 개인사업자다. (돈은 못 벌지만 ㅋ.ㅋ) 말할까
이걸로 근로거절 당하려나
말했는데 그건 상관없다고 한다.
일 시키는 큰 회사 밑에 인력관리하는 채용회사들에 중복이 아니면 된다한다.
공장 내부.
사진촬영금지. 그치만 핸드폰 소지는 가능
정수기는 있는데 컵은 개인구비. 간식 그런것도 개인구비. 길 매우 복잡.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음.
점심시간, 공장 안은 냄새 나고 시끄러워서 밖에서 쉬고 싶은데 나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못 들어올까봐 못 나가겠음.
공장 내부에 따로 휴게실 없음. 알아서 구석에 찌그러져서 쉬어야함.
아, 점심시간에는 공장 불이 꺼짐. 사람들 후레쉬 키고 다님.
사람들.
매우 친절. 천사임. 사무실 빌런들 보다가 여기 오니 다들 너무 친절함. 길을 헤매고 있는 것 같으면 나서서 알려주고 밥도 같이 먹자고 해줌. 일도 매우 친절히 다 알려줌. 텃새? 그런거 없었음.
일.
매우 단순. 못하면 바보임. 오늘 그 바보짓 다섯번 함.ㅋ..
공장설비 시끄럽고 건물 내부엔 화학약품 냄새 겁나 심함.
하루 종일 서있어야 해서 허리 아프고 다리 아픔.
손으로 사부작 사부작 작업해야하니 손도 아픔.
반장님?이 잘하는 것 같다고 일 더 시킴.
같이 일하는 이모님이 나 야무지다고 칭찬해줌.
커피 안 마시는데 사람들이 커피 권함. (강요는 안함)
밥.
다들 맛있다고 하는데 그냥저냥.
사람들이 남녀노소 할거없이 고봉밥으로 먹어서 놀랐음.
끝.
첫날부터 잔업까지 때리고 집에 간다.
다리가.. 허리가...손가락이... 아프다.
ㅋ.ㅋ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진심 모르겠당당구리~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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